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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정보

100억 넘게 쓰고도 폭망한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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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에 수백 억, 혹은 그 이상을 쏟아 부은 영화를
흔히 '블록버스터' 작품이라고 칭하죠.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인 영화는 소위 돈칠(?)을 한 만큼 화려한 캐스팅과
실제 못지않은 고퀄리티 컴퓨터 그래픽 등이 주목을 받으며
개봉 전부터 입소문을 타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러나 관객들의 기대치가 한껏 높아져서 일까요?
엄청난 제작비를 쏟아 붓고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옛 속담을 증명하는 실망스러운 작품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오늘은 <100억 넘게 쓰고도 폭망한 한국 영화 TOP3>를 알아보겠습니다.

3위 <물괴>

지난 해까지만 해도 여름방학 시즌과 추석, 설 두 번의 명절 연휴는
관객들이 특히나 더 많이 극장을 찾는,
국내 메이저 배급사들이 앞다퉈 대작들을 내놓는
최대 극장 성수기로 꼽혀 왔는데요.

2018년 9월 추석 명절을 겨냥해 개봉한
국내 최초 크리쳐 액션 사극 <물괴> 역시
바로 이 지점에서 큰 관심을 받은 작품 중 하나입니다.


'조선왕조실록'에 실제로 기록되어 있다는
정체불명의 존재에 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기획된 영화 <물괴>는
중종 22년 역병을 품고 있는 괴기한 짐승 '물괴'가 나타나 백성들을 괴롭히기 시작,
이에 맞서 싸우는 주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언뜻 오락 영화로서의 덕목에 충실해 보이는데요.

게다가 총 제작비 125억 원을 들여 만든 물괴의 CG 퀄리티와
연기파 배우 김명민, 스크린 연기에
첫 도전하는 걸스데이 출신 이혜리의 캐스팅이 더해져 기대를 모았죠.


실제로 개봉 첫날과 둘째날은
이러한 기대에 힘입어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지만,
영화를 직접 관람한 관객들의 혹평이 대거 퍼지며
개봉 3일차부터 급속도로 하락하기 시작하더니
결국 최종 관객수 72만여 명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영화 물괴는 이례적으로 전문가 및 관람객 모두 입을 모아
대혹평을 아끼지 않은 작품입니다.

심지어 최악의 괴수 영화로 꼽히는
<7광구>에 비견될 만한 수준이라는 반응까지 나올 정도였는데요.


먼저 크리쳐 영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처참한 CG 완성도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괴물이 가만히 서 있는 장면에서는 배경과 완전히 따로 노는 것은 물론,
2010년대 비슷한 시기 개봉한 <옥자>, <미스터 고>와 같은 작품과도
확실히 비교되는 안습 퀄리티를 자랑하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이도 저도 아닌 여러 장르를 혼합시킨
이른바 짬뽕이 된 장르도 문제점으로 거론됩니다.


당초 괴물과 캐릭터들의 대립을 강조한 포스터, 예고편과는 달리
영화 속에서는 작중 캐릭터들간의 러브라인,
왕을 돕는 시대 정치극에 많은 비중이 할애되며
관객들의 의아함을 자아냈습니다.

또한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가 지속되는 와중에도
틈만 나면 관객들의 억지 웃음을 강요하는
1차원적인 코믹 요소 역시 극의 흐름을 끊을 뿐만 아니라
'갑분싸' 반응을 일으키기 충분
했죠.


이 밖에도 코웃음이 절로 나는 허술한 스토리 개연성과
주요 캐릭터를 맡은 배우 이혜리의 발연기도
물괴를 극장에서 관람한 관객들의 원성을 자아내는 데 일조했는데요.

괴수 퀄리티도 허접해, 스토리도 이상해,
여기에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극의 흐름을 주도하는
메인 캐릭터 연기를 선보인 배우의 연기력까지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하니...

최종 관객수 72만여 명도
시기를 잘 타 얻어낸 결과가 아니었나 싶네요.

2위 <인랑>

봉준호, 최동훈 등 이름 세 글자만으로도
티켓 파워를 과시하는 대형 스타 감독들은
차기작을 준비한다는 소식만 전해도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게 마련입니다.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악마를 보았다>에 이어 <밀정>까지!

어떤 장르든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하며
단단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김지운 감독 역시 스타 감독 중 하나죠.


매번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여온 김지운 감독은
그러나 지난 2018년 최초로 시도한 SF 액션 영화 <인랑>을 통해
팬들로부터 "김지운 감독 영화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깊은 실망감을 자아낸 바 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기획된 <인랑>
총 제작비 230억 원이 투입된 작품으로,
가까운 미래에 남한과 북한이 통일을 선포한 가운데
반통일 무장테러단체 '섹트' 세력과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 경찰조직 특기대, 국가정보기관인 공안부 사이에서 벌어지는
암투와 격돌을 그린 영화인데요.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한다고 설명했는데... 어려우시죠?
아니나 다를까 실제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2018년 여름 기대작 중 하나로 꼽혔던 영화 <인랑>
김지운 감독도 감독이지만,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한예리, 김무열 등
화려한 배우 캐스팅으로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는데요.

하지만 이 관심이 무색하게도 개봉과 동시에 관객수가 급락,
2주도 채 지나지 않아 박스오피스 퇴장이라는 씁쓸한 성적표를 받게 됐습니다.

손익분기점이 600만 명인데 극장을 찾은 관객은 단 89만 명!

물론, 넷플릭스에 판권이 팔린 덕분에
손익분기점은 이보다 더 낮아졌겠지만
인랑이 '폭망'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주요 패인 중 하나는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
지나치게 어렵고, 마니아적인 스토리에 있는데요.

사실 인랑은 제작 단계에서부터
일본 애니메이션 원작 자체가 무겁고 암울한 세계관을 지닌 탓에
대중적이기보다 마니아층이 열광할 작품이라는 우려를 자아낸 바 있습니다.

그래도 믿고 보는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만큼
흥행면에서 다소 부족한 지점을 상쇄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원작에 지나치게 충실한 연출,
그리고 SF, 멜로, 액션, 누아르 등 여러 장르를 섞어
작품을 불필요하게 복잡하게 만든 점 등이 관객들의 싸늘한 반응을 자아냈죠.


더욱이 당시 예고편과 여러 보도자료를 통해
텐트폴 영화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인랑은 대중 영화치고 복잡한 플롯인 데다
테러단체, 공안부, 특기대 등 사건의 계기까지 많아
어리둥절해 하는 관객들이 많았다고 하네요.

여기에 더해 <미션 임파서블:폴아웃>, <신과 함께:인과연> 등과 함께 붙어야 했던
나쁜 대진운 역시 인랑의 흥행 참패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1위 <자전차왕 엄복동>

일제에 의해 핍박받고 온갖 설움을 당하던 일제강점기 시절,
자주 독립을 꿈꾸는 우리 선조들의 의지와 끈기가 담긴 이야기는
이른바 '국뽕'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시대 불문 많은 관객들의 관심을 모으는
흥행 보증 콘텐츠와 다름 없죠.

실제로 <동주>, <암살>, <밀정>, <귀향> 등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제작돼
관객들의 호평을 자아낸 작품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데요.


그러나! 아무리 작품의 배경 시기가 관객들의 관심을 유발한다 해도
그 외의 조건이 평균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면
흥행 참패로 이어지는 건 당연한 수순 같습니다.

2019년 2월 개봉한 <자전차왕 엄복동> 이야기인데요.

당초 150억 원의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자,
일제강점기 시절 개최된 전조선자전차대회에서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활약한 실존 인물 엄복동의 일대기를 작품으로
뜨거운 관심이 이어진 <자전차왕 엄복동>

정지훈, 강소라, 이범수, 고창석, 김희원, 이시언 등
내로라하는 주조연 배우들의 캐스팅으로도 화제가 된 바 있죠.


하지만 시사회 직후 자전차왕 엄복동을 향한
엇갈린 호불호만큼이나 관객 성적표는 초라했습니다.

손익분기점 400만 명
턱끝에도 미치지 못한 16만 명이 고작이었는데요.

사실 엄복동의 흥행 참패는
일찍이 예견된 수순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입니다.


촬영 17회 차만에 기존 감독이 하차하고 다른 감독으로 교체,
이후 촬영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황에서
제작사 측이 이전에 하차한 기존 감독을 다시 복귀시키는 등
무려 두 번이나 감독이 바뀌는 녹록찮은 시간을 보낸 것인데요.

여기다 극의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캐릭터들이
너무 뻔하다는 점 역시 큰 고민 없이 작품을 구상한 것 아니냐,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자아내기 충분했습니다.


엄복동에 등장하는 조선인들은 모두
헌신적으로 독립운동을 하거나, 이들의 독립운동을 돕고,
그렇지 않을 경우 지나치게 순진무구한 캐릭터라는 점,
반대로 일본인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모두 악한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입체적이지 못한 캐릭터가 관객들의 높아진 수준을 충족하기란 역부족이었죠.

또한,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자전거 경기 장면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CG와 음악으로 대체 제작비 150억 원을
어디다 들인 건지 웃음까지 유발할 정도였는데요.

오죽하면 시사회 상영분이
최종 편집본이 아니었다는 소문까지 돌 정도였으니...


실제 표값을 지불하고 영화를 본 관객들이
실망감, 더 나아가 분노까지 드러낸 건 과한 반응이 아니었죠.

아울러, 영화 개봉 직후 밝혀진 주인공 '엄복동'에 관한
불미스러운 범죄 이력 역시 흥행 참패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영화 속에서는 조선의 희망으로 그려진 인물이
알고보니 수십 대의 자전거 절도, 장물죄로 서대문 형무소에
투옥한 전력이 있으며, 해방 이후에도 자전거를 절도하다
기소유예를 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인데요.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실존 인물에 대한
기본적인 자료 조사도 거치지 않은 채 제작에 돌입한 제작진을 향해
"범죄자 일대기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을 만드는 건 온당치 않다"
날선 비판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국내 영화업계에 '흥행은 신의 영역'이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아무리 출중한 감독과 뛰어난 배우로 중무장해도
흥행 결과는 오직 신만이 알 수 있을 만큼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인데요.

오늘 살펴본 100억 이상의 제작비를 들이고도 폭망한 영화들처럼
자본의 힘에만 매달린 채 정작 관객의 입장에서는
깊은 고민이 수반되지 않은 작품들보다는
적은 제작비로 볼거리는 다소 부족해도 관객의 심금을 울리는
웰메이드 작품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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